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경쟁, 누가 앞서나?

최근 몇 년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CBDC는 기존의 화폐와 달리 디지털 형태로 발행되는 법정화폐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합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암호화폐 및 민간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CBDC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경제권이 CBDC 연구 및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신흥국들도 금융 포용성 확대를 목표로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각국의 CBDC 추진 방식과 기술적 접근법은 상당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CBDC 개발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주요 국가들을 분석하고, 각국의 추진 방식, 기술적 특징,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중국: CBDC 선두주자, 디지털 위안화(e-CNY)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CBDC를 개발하고 시범 운영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디지털 위안화(e-CNY)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2020년부터 본격적인 시범 운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CBDC 특징

• 이중 계층 시스템: 중국인민은행(PBoC)이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고, 시중은행 및 핀테크 기업이 이를 유통하는 방식
• 오프라인 결제 지원: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제공
• 추적 가능성: 불법 금융 거래 방지를 위해 거래 기록을 중앙에서 모니터링 가능

현재 진행 상황

•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운영
• 대도시에서 대규모 파일럿 프로그램 시행 중
• 알리페이 및 위챗페이와의 통합 추진

전망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를 재편하고, 위안화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 집중식 관리로 인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주요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 유럽연합(EU): 디지털 유로(Digital Euro) 프로젝트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Digital Euro) 프로젝트를 통해 CBDC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CB는 2021년부터 디지털 유로 연구를 시작했으며, 2026년까지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입니다.

유럽의 CBDC 특징

• 프라이버시 보호: EU는 개인정보 보호(GDPR)를 준수하는 CBDC 설계를 고려 중
• 금융 안정성 유지: 민간 은행 시스템과의 공존을 위한 혼합 모델 연구
• 범유럽 통합 결제 시스템 구축: 유로존 국가 간 원활한 디지털 결제 가능

현재 진행 상황

• 2023년부터 디지털 유로 프로토타입 개발 진행
• 파일럿 테스트를 위한 기술 파트너 선정
• 유럽 내 은행 및 핀테크 기업과 협력 연구 중

전망

디지털 유로는 유럽 내 금융 결제 시스템을 통합하고, 미국 기반 카드사(비자, 마스터카드) 및 빅테크 기업(애플페이, 구글페이)의 영향력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유럽 내 개별 국가들의 입장 차이와 도입 시 금융 안정성 문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3. 미국: 디지털 달러(Digital Dollar) 연구 단계

미국은 현재 CBDC 개발에서 다른 국가보다 뒤처져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디지털 달러(Digital Dollar)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 본격적인 도입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CBDC 특징

• 민간 부문과의 협력 가능성: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 모델 연구 중
• 달러 패권 유지: 국제 금융 시장에서 달러의 지위를 강화하는 방향 고려
• 프라이버시 우려: 정부의 금융 거래 감시에 대한 국민 반발 존재

현재 진행 상황

• 2022년 MIT와 협력하여 CBDC 기술 연구 진행
• 연준이 디지털 달러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한 보고서 발표
• 일부 주(州)에서는 CBDC 반대 법안 발의

전망

미국은 현재 민간 주도의 디지털 결제 시스템(예: 페이팔, 스테이블코인 USDC, 테더 USDT)이 강력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CBDC 도입이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과 유럽의 CBDC 도입이 가속화됨에 따라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의 달러 경쟁력 유지를 위해 향후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4. 기타 국가들의 CBDC 도입 현황

• 일본: 2023년부터 디지털 엔(Digital Yen) 시범 운영
• 브라질: 2024년 디지털 헤알(Digital Real) 도입 목표
• 나이지리아: 2021년 eNaira(디지털 나이라) 공식 출시, 아프리카 최초의 CBDC 도입 국가

결론

CBDC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각국의 경제 구조와 정책 목표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가장 앞서 CBDC를 도입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위안화의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유로를 통해 금융 통합을 추진 중이며, 미국은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국제 금융 질서에서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CBDC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관계, 개인정보 보호 문제, 암호화폐 및 민간 결제 시스템과의 경쟁 등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각국의 CBDC 도입 과정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